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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통성과 유연성을 구분할 수 있어야
  • 기사등록 2018-10-06 19:27:29
  • 수정 2018-10-06 19: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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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오종의



‘좋은 게 좋은 것’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자주 들어봤을 말이다. 이 말은 한국의 상부상조 문화로 이해되는데, 이러한 문화는 본래 ‘두레’와 같이 혼자하기 어려운 일을 공동으로 해결하고 이웃을 아끼고 도우려는 협동정신 또는 공동체의식에서 나온 소중한 유산이다.


그러나 간혹 이러한 미덕을 ‘우리가 남이가’라는 식으로 편협하게 혹은 이기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고 그것은 ‘편의’ ‘관용’ ‘유도리’의 모습으로 포장되는데 사회에서는 계약서 미작성, 근로계약서 미교부, 횡령, 사기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기업관련 소송의 대부분은 ‘좋은 게 좋은 것’에서 비롯되었다.


필자가 로펌에서 일하면서 다루었던 사건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조회사 B는 도매상인 A와 물품공급계약을 맺으며 지정된 거래처에 납품해줄 것을 계약조건으로 하였다. 그런데 도매상 대표 C는 지정거래처에 물품을 공급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납품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평소 친분이 있던 B 회사 영업담당인 D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판매대금을 줄 수 있다고 속여 물품 대금 상당의 금원을 B 회사에 대납해 줄 것을 수차례 요청하였지만, C는 물품공급을 하지 않았고 C의 말을 신뢰한 D도 손해를 입게 되었다. 결국 D도 피해자이긴 하나 A와 공모하여 B 회사를 속인 것이고, 이로 인해 B 회사는 수억 원의 피해를 입게 되었다.


위 사건 경우 어쩌면 도매상 대표 C가 영업을 잘하여 물품공급에 차질도 없고 D도 피해를 입지 않고 B회사도 금전적으로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C와 D의 공모가 드러나지 않았고 시간이 더 흘렀더라면 훨씬 큰 피해를 야기했을 것이 분명하다.


흔히 주변에서 ‘너무 원리원칙을 고수하면 피곤해’ ‘그렇게 살면 친구는 있냐’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물론 개인과 개인 관계에서 어느 정도의 융통성, 소위 말하는 일본어인 ‘유도리’는 민법에서 말하는 사적 차지라는 제도 안에서 삶을 윤택하게 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에서 유도리는 지양되어야 하며, 규범 내의 유연함의 형태로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기업 내에서 ‘좋은 게 좋은 것’의 문화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기업문화 개선 및 다양한 교육을 통한 변화는 물론, 인사 채용단계에서부터 검증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채용 단계에서 인적성 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각 기업에 맞는 인성 및 적성을 갖춘 인재를 선별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인적성 검사에 융통성과 유연성을 구분하는 항목도 추가하여 인사 및 경영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헤드헌터를 적극 활용하여 한차원 높은 검증을 거치는 것도 좋다. 그래서 일부 기업에서는 채용과정에 평판조회를 공식 프로세스로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 아직 가족주의 문화가 강하여 문제해결을 상대방의 양해와 인정에 기대는 경우가 많고, 사람들은 ‘편리’ ‘인정’ ‘관용’ 이라는 말에 현혹되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달콤함에 쉽게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달콤함의 정체가 함정이라는 것은 연대보증의 예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더 이상‘좋은 게 좋은 것’이 비즈니스에서 관행이나 미덕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계약이 아닌 사람을 믿고, 증거가 아닌 마음을 믿으며 행한 융통성이 잠깐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결국 그 융통성으로 인하여 사기, 불법행위, 고소 등과 같은 더 큰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 것을 여러번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 하고 있는 협의나 대화가 혹시 계약 원칙을 어기는 사안인지 그저 상대를 인간적으로 믿고 하는 것은 아닌지 고찰해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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