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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고용관행배상책임 보험이 주목 받는 이유
  • 기사등록 2019-10-29 0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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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고 노동 인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직장 갑질을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에 따른 법적 분쟁 위험도 증가하면서 직원의 소송으로부터 기업 손실을 담보하는 고용관행배상책임(EPL)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 직장 내 괴롭힘... 고용관행배상책임 보험이 주목 받는 이유


고용관행배상책임은 성희롱, 차별, 사생활 침해, 계약위반 등을 다루는 미국 노동법 영역으로, EPL 보험은 이러한 행위로 발생한 소송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는 책임 보험이다. 근로자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변호사비용 등 소송 관련 비용과 합의나 소송판결로 결정된 손해배상금을 보장한다. 최근 노동시장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미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그 시장규모를 넓혀가고 있다.

일본은 주로 일반 손해배상책임 보험 상품의 특약으로 EPL보험을 추가해 판매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일본 주요 손해보험 3사의 고용관행배상책임 특약 판매 건수는 약 3만7,000건으로 전년보다 약 60%나 증가했다.


일본 내 EPL보험 판매량이 급속히 불어난 이유는 직장 내 괴롭힘(파와하라ㆍパワハラ) 소송에 따른 기업의 위험 부담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 6월 발표한 2018년 개별노동분쟁해결제도 이용현황에 따르면 전체 노동 상담 건수는 26만 6,535건으로 과거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중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은 약 15%로 7년 연속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를 인식하는 근로자가 늘어날수록 소송 위험도 증가하는 것이다.


더욱이 본격적인 소송에 들어간 경우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배상액도 상당하다. 일례로 지난 2016년 기후(岐阜)현 지방법원은 전자부품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던 근로자 자살의 원인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고, 해당 기업에 1억 550만엔(약 11억원)을 배상토록 했다.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고 유가족에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위 사례에서 해당 기업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커 손해배상액 지불이 가능했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배상금액에 따라 기업의 존폐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지난 2018년 11월 가노청과 사건(加野?果事件)에서 일본 대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물으며 회사에 약 5,500만엔(약 6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배상액을 지불해야 하는 가노청과는 미상장 기업으로 종업원 수는 80명 남짓, 자본금 5000만엔의 중소기업이다.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고액 소송이 잇따르자 손보사는 보험 대상과 보상 범위를 확대하고 나섰다. 과거 해외 사업을 전개하는 대기업 대상이던 EPL 보험을 중소기업으로까지 확대했다. 미쓰이 스미토모 해상화재보험사(MS&AD)는 지난 2011년과 2015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발매한 배상책임보험에 특약 형식으로 EPL 보험을 부가하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솜포닛폰코아 홀딩스(SOMPO HD) 또한 지난 2017년 10월부터 전국상공회의소 회원을 대상으로 업무재해보상플랜에 EPL 특약을 추가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8년 2월 SOMPO HD 전체 EPL 보험계약 건수가 전년 대비 약 30배 이상 증가했다.


그룹사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EPL보험도 등장했다. MS&AD는 이달(10월)부터 그룹사 근로자로부터의 소송까지 보상범위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자회사 사원의 직장 내 성폭력 피해 상담을 요청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모회사가 함께 책임을 물어야 할 경우 그 배상금액을 보상해주는 것이다. MS&AD는 앞서 지난해 4월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발생한 부당행위에 대해서도 보상하도록 하는 등 보상 범위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PL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최근 기업들의 EPL 보험 가입 열기가 뜨거워졌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직장 내 성희롱ㆍ성폭력 관련 소송 발생 위험이 커진 탓이다.


지난 2017년 10월 영화제작사 하비 웨인스타인에 대한 성추행 폭로를 계기로 자신의 성희롱ㆍ성폭력 피해 사실 공개하는 미투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번져 나갔다. 이러한 움직임은 직장 내 성희롱 신고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8년 1/4분기 뉴욕주 성희롱 접수 건수는 전년동기 대비 약 6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캘리포니아주 성희롱 접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00% 증가했다. 피해 신고가 늘면서 기업들은 직장 내 성희롱ㆍ성폭력 사건에 대비한 EPL 보험 가입을 서둘렀다.


보험시장 정보분석업체 마켓스탠스에 따르면 미국 내 근로자 1,000명 이상 기업 중 약 41%는 직장 내 성폭력을 담보하는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켓스탠스는 지난 2016년 EPL 보험의 보험료 규모를 22억 달러로 추정했고, 2019년 29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연구원 정인영 연구원은 지난해 8월 미국의 직장 내 성희롱 관련 보험 현황을 통해 "최근 미국에서는 미투 운동을 계기로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신고가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며 "(이에 따라)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사건에 대비한 고용관행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 EPL 보험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잘 알려진 임원배상책임보험도 상장 기업의 30% 정도만 가입하고 있고, EPL은 여기에 특약으로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 일본과 같은 시장 확대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 외국계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고용관행배상책임을 묻는 소송 건수도 적을 뿐 아니라, 법정 소송을 벌인다 해도 그 배상액이 크지 않다"며 "기업이 가입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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